[Editor's Letter] 한국판 ‘이토 리포트’를 기다리며

입력 2024-04-05 06:00  

[한경ESG] Editor's Letter



2013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색적인 이름의 프로젝트에 착수합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3개의 화살’ 정책 중 세 번째, 즉 구조개혁 추진을 위해 기업과 금융권을 망라한 연구 모임을 조직한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속 성장을 위한 경쟁력과 인센티브 - 기업과 투자자의 바람직한 관계 구축 프로젝트’는 이토 구니오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43명의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이들은 1년간 16차례 회의를 열고 이듬해 8월 그 결과를 보고서로 공개합니다.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밸류업 혁명의 신호탄으로 꼽히는 ‘이토 리포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2014년 발표된 이 리포트에 이미 ESG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2021년 갑작스러운 유행으로 ‘ESG’라는 용어를 처음 접한 우리와 비교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리포트는 ‘ESG는 기업에 대한 신뢰성과 관련된다’며 ‘기업가치에는 이해관계자의 신뢰도가 반영되므로 신뢰성을 높이는 활동은 기업가치 창조로 연결된다’고 규정하고 환경과 사회에 편중된 일본 기업의 ESG 정보공개를 지배구조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리포트는 일본 기업의 장기 성장과 혁신 창출을 뒷받침하는 장기투자 유치를 위한 과제 도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와 함께 기업과 투자자의 건설적 대화가 핵심 열쇠로 제시됩니다.

일본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일본 소비자에게 단련되며 극한 품질을 추구해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제는 투자자를 소비자와 똑같은 자세로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기업과 투자자의 ‘가치 공동 창출(협창)’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리포트에 담긴 제언은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기업지배구조 코드 제정 등 제도 정비로 실현됩니다.

이토 리포트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2017년과 2022년 ‘이토 리포트 2.0’과 ‘이토 리포트 3.0’이 이어집니다. 2.0의 정식 명칭은 ‘지속 성장을 위한 장기투자(ESG·무형자산투자) 연구회 보고서’입니다. 3.0은 ‘지속가능한 기업가치 창출을 위한 장기경영·장기투자에 기여하는 대화 연구회(SX연구회) 보고서’로 ‘SX판 이토 리포트’로 불리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폭넓게 쓰이는 ‘SX’는 지속가능성 전환(Sustainability Transformation)을 뜻합니다.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동기화’하고, 이를 위해 경영 및 사업을 전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본에서 ESG 논의는 SX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매년 정부 차원에서 SX 기업을 선정해 발표할만큼 관심을 기울입니다.

각종 ESG 규제 도입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고, 미국과 유럽에서 기후 대응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혼란을 느끼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단기 유행과 역류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 안목과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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